단체 대화방에서
1202호의 저녁밥
준형이 그 단톡방을 만든 것은 어느 화요일, 1202호 영순 할머니가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부축을 받으며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본 지 십일 분 뒤였다. 방 이름은 ‘영순 할머니 저녁밥’이라고 붙였고, 이웃 아홉 명을 초대했고, 표를 하나 올렸다. 삼 주 동안 저녁마다 이름 하나씩. 할머니는 생선을 안 드시고 들깨 들어간 것은 뭐든 좋아하신다는 메모도 달았다. 일요일 두 번은 자기 이름을 적어 넣었다.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준형은 어떤 사람들이 난롯불을 꺼뜨리지 않듯이 그 방의 온기를 지켰다. 대학생 하나가 자기는 볶음밥밖에 못 한다고 쭈뼛거리며 쓰자 준형은 “볶음밥 딱 좋아요. 할머니가 그거 드시고 싶다고 하셨거든요”라고 답했고, 그런 다음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러 할머니네 문을 두드렸다. 목요일에는 버섯들깨탕 사진을 올렸다. 하트 열네 개.
그러다 금요일에 804호 봉수 씨가 썼다. “이 방은 메시지가 너무 많습니다. 현관문에 명단 한 장 붙여 놓으면 똑같이 될 일입니다. 알림 끕니다.” 준형은 복도에서 그것을 읽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소리 내어 들은 말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어찌 보면 실제로 그런 셈이었다. 준형은 위로 올라가 자기가 올린 메시지를 세어 보았다. 열흘 동안 열아홉 개. 이제 보니 많아 보였다.
준형은 “죄송합니다 여러분, 앞으로 조용히 할게요!”라고 쳤다가 지웠다. 상처받은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명단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쳤다가 그것도 지웠다. 문에 붙은 명단은 쭈뼛거리는 대학생에게 볶음밥도 환영이라고 말해 주지 않는다. 결국 준형은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그 빈자리가 저녁을 먹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내가 우리 동 단톡방에서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아내에게 물었다. “나는 영순 할머니가 열흘 동안 잘 드셨다고 생각하는데.” 지연이 말했다.
아홉 시에 그 대학생이 따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할머니가 제 볶음밥 또 해 달라고 하셨어요. 방에 넣어 주셔서 감사해요.” 준형은 그것을 세 번 읽었다. 그런 다음 당번표를 뽑아 봉수 씨를 위해 현관문에 테이프로 붙였고, 단톡방으로 돌아가 토요일 당번에게 들깨를 잊지 말라고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