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서
옥상 하나에 메시지 마흔한 개
예지의 질문은 간단했고, 올라온 시각은 저녁 6시 2분이었다. “토요일에 빔프로젝터 누가 가져와?” 6시 20분이 되자 단톡방에는 새 메시지가 마흔한 개 쌓여 있었다. 그중 서른 개가 지호 것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나!! 사촌 형한테 물어볼게.” 지호는 그렇게 썼고, 진심으로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빔프로젝터를 물어볼 생각을 하니 영화가 눈앞에 그려졌고, 영화를 그리니 예지네 마당 담벼락이 그려졌는데, 그 담벼락은 솔직히 너무 작았다. “잠깐. 잠깐만!! 우리 건물 옥상은 어때?” 지호는 화살표를 그려 넣은 옥상 사진을 보냈다. 주제도 제안했다(누군가 기차를 놓치는 영화). 행사 이름이 떠올라서 단톡방 이름을 ‘빨랫줄 아래 극장’으로 바꿨고, 아무도 모르는 옆집 성훈을 초대했다. 성훈에게는 좋은 스피커가 있었고, 어쩐지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십 분 동안 지호는 이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옮았다. 늘 그랬다. 소라는 방석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글을 잘 안 쓰는 건우가 기차 나오는 영화 목록을 올렸다. 성훈은 수줍게 손 흔드는 이모티콘과 스피커 사진을 보냈다.
그때 예지가 다시 썼다. “다 너무 좋아. 그래도 빔프로젝터는 알아야 해. 그리고 날짜는 네가 집주인한테 확인해 준다고 한 게 이 주 전이야.” 느낌표가 없었다. 지호는 그 마침표를 한참 바라보았다. 속이 기우뚱했다. 화가 났구나. 나한테 질렸구나. 아마 다들 그럴 것이고, 나만 빼고 만든 방이 따로 있어서 거기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겠지. 지호는 “진짜 미안해, 내가 제일 나빠”로 시작해서 이번 주가 어땠는지를 설명하는 문단 하나를 쳤다. 거의 다 소음이었다.
지호는 그걸 지우고, 대신 재미없는 일 두 가지를 했다. 사촌 형에게 전화했더니 된다고 했다. 양말 바람으로 집주인 문을 두드렸다. 십일 분, 둘 다 끝났다. “빔프로젝터: 확정, 금요일에 내가 받아 옴. 옥상: 밤 11시까지 사용 가능.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예지야.” 예지는 금색 별 하나를 달랑 보내왔다. 지호는 그걸 캡처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