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서
왜가리가 그려진 카드
“경희 선생님 마지막 날 카드는 누가 챙겨요??” 석현의 메시지는 12시 4분에 병원 단톡방에 떨어졌고, 어깨를 으쓱하는 얼굴 두 개와 “저는 아니에요, 죄송” 하나를 받았다. 은지는 접수대에 앉아 된장국 한 숟갈을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그것을 읽었다. 카드는 이미 은지의 가방 안에 있었다. 토요일에 사 둔 것이었다. 수채화로 그린 왜가리 카드. 경희 선생님이 소독기 옆에 몇 년째 왜가리 달력을 걸어 두기 때문이다.
은지는 썼다. “제가 하나 준비했어요! 오후 2시부터 접수대 맨 위 서랍에 넣어 둘게요. 시간 되실 때 와서 한마디씩 적어 주세요.” 그리고 모금 이야기도 덧붙였다. 봉투는 같은 서랍에 있고, 정해진 금액은 없다고.
대화는 금요일에 누가 뭘 가져올지로 넘어갔다. 더 위쪽에, 거의 묻히다시피 한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새로 온 간호사 은성이 11시 58분에 보낸 것이었다. “저는 견과류 안 들어간 걸로 가져와도 될까요?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답한 사람이 없었다. 그 뒤로 여섯 명이 글을 올렸다. 은지는 은성이 안쪽 방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대화가 자기 머리 위로 그냥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모습을 떠올렸다. 은지는 그 메시지에 직접 답을 달았다. “그럼요, 당연하죠. 음식마다 표시해 두도록 제가 챙길게요.” 그런 다음 은성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 괜찮은 빵집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었다.
금요일에 경희 선생님은 왜가리를 보고 울었다. “석현 씨, 이걸 기억했구나!” 선생님이 그렇게 말한 것은 선생님이 들어서던 순간 마침 석현이 카드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석현은 “다 같이 한 거예요”라며 웃었다. 그날 저녁 단톡방은 사진으로 가득 찼고, 누군가 썼다. “석현 씨 수고했어요. 송별회 너무 좋았어요.”
은지는 “사실 그 카드는 제가 골”까지 치고 멈췄다. 조그만 입력창 안에서 그 말은 옹졸해 보였다. 석현을 민망하게 할 것이고, 경희 선생님의 오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오후였다. 은지는 한 글자씩 지웠다. 대신 하트를 보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엎어 놓았는데, 마음먹은 것보다 조금 세게 놓였다. 은지는 바질에 물을 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