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서
토요일, 여덟 명 자리
단톡방 이름은 ‘동창 모임???’이었고, 나흘째 이어지는 중이었다. 정아는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그것을 죽 내려 읽었다. 월요일: “우리 진짜 뭐라도 해야 하는데.” 화요일: 파스타는 너무 느끼하지 않으냐를 두고 메시지 열한 개. 수요일: 누군가의 개 사진. 오늘은 유경이 이렇게 써 놓았다. “솔직히 난 아무 날이나 돼. 다들 좋은 대로 해.” 이로써 다들 좋은 대로 하자는 사람이 여섯 명이 되었다.
정아는 걸으면서 치려고 한 정거장 먼저 내렸다. 날짜 두 개로 투표를 만들고 그 밑에 썼다. “투표는 오늘 밤 아홉 시 마감. 다수결. 예약은 내가 함.” 8시 30분까지 다섯 명이 14일에 투표했다. 보미는 투표하지 않았다. 9시 1분에 정아는 강변에 있는 그 생선구이집, 솥밥이 나오는 집에 전화를 걸어 7시 30분에 여덟 명으로 예약했다. 그리고 올렸다. “완료. 14일 토요일 7시 30분, 내 이름으로 예약함. 못 오는 사람은 목요일까지 말해 줘. 가게에서 최종 인원을 알려 달래.” 십일 분이 걸렸다. 이게 왜 나흘이나 필요했는지 정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지척, 하트, “네가 우릴 살렸다.” 그리고 보미. “넵, 대장.” 거수경례하는 얼굴도 하나. 정아는 길 위에서 걸음을 멈췄다. 농담이었다. 아마 농담일 것이다. 하지만 보미는 투표를 하지 않았고, 자기가 고르지 않은 토요일을 지금 받아 든 것이기도 했다. 정아는 “누군가는 해야 했으니까”라고 치기 시작했다. 정확한 말이었다. 정아는 그 문장을 들여다보았다. 지난번 모임이 생각났다. 보미는 그날 일찍 자리를 떴고, 왜냐고 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아는 그 줄을 지우고 보미에게 따로 썼다. “14일 진짜 괜찮아? 너 투표 안 했더라. 토요일이 안 되면 목요일보다 지금 아는 게 나아.” 여전히 무슨 점검 같은 말투이기는 했다. 그래도 보냈다. “토요일 괜찮아.” 보미가 답했다. “그냥 계획이 내 의견 없이 정해져 버리는 게 좀 지쳐서. 근데 나였으면 예약 같은 거 절대 안 했을 테니까. 고마워.”
“그럼 2차는 네가 정해.” 정아가 썼다. “그 부분은 내가 계획 안 할게.” 진심이었다. 그러면서 금요일에 보미가 어디든 골랐는지 확인하자고 혼자 메모도 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