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서
한 부장님께 드리는 송별 카드
“금요일 일, 생각해 보신 분 계세요?” 수민이 직원 단톡방에 쓴 것은 7시 50분이었다. 금요일은 경리과에서 이십육 년을 일한 한영식 부장님의 마지막 출근일이었고, 지금까지 나온 계획이라고는 계획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수민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그림을 기막히게 잘 그리면서 한 번도 티를 내지 않는 유진에게 카드 디자인을 부탁했다. 선물은 강민이 고르기로 했다. 한 부장님과 점심을 같이 먹는 사람이 강민이었고, 부장님이 옛날 라디오를 고쳐 되살리는 분이라는 것도 강민이 알았다. 입사한 뒤로 단톡방에 한 글자도 올리지 않은 막내 나연에게는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 “예전에 빵집에서 일했다고 했죠? 케이크를 뭘로 주문하면 좋을지 알려 줄래요? 내 입맛보다 나연 씨 입맛을 믿어요.” 나연은 사 분 만에 후보 세 가지와 호두에 관한 한마디를 붙여 답했다.
나머지는 전부 수민에게 떨어졌다.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수민이었으니까. 돈 걷기. “그럼요, 당연하죠” 해 놓고 내지 않은 아홉 명 쫓아다니기. 회의실 잡기, 접시 빌리기. 목요일 밤 열한 시에 수민은 리본을 자르고 있었고, 월요일에 낼 자기 보고서는 가방 속에 손도 안 댄 채 들어 있었다.
금요일은 잘 지나갔다. 한 부장님은 강민이 구해 온 라디오 진공관을 손에 쥐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람들은 카드와 호두 케이크를 만든 사람 이름까지 대 가며 칭찬했다. 유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나연은 제과를 어디서 배웠느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고, 평소라면 슬쩍 빠져나갔을 시간을 한참 넘겨서까지 남아 이야기를 했다.
끝나고 나서 단톡방이 가득 찼다. “유진 씨, 카드 최고였어요!” “강민 씨, 그 선물!” “나연 씨, 케이크!!” 수민은 버스 안에서 웃으며 그것을 내려 읽었고, 그럴 필요가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내렸다. 목록을 만든 사람에게 고맙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만큼 쓰렸고, 그걸 세고 있는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수민은 “잘 마무리돼서 정말 기뻐요”라고 쳤다. 그리고 평소라면 보내지 않았을 둘째 줄을 붙였다. “솔직히 일이 꽤 많았어요. 다음에는 같이 준비할 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하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