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서
안 읽은 메시지 마흔일곱 개
수영을 마치고 나와 보니 가족 단톡방에 안 읽은 메시지가 마흔일곱 개 쌓여 있었다. 마흔일곱 개가 전부 할머니 팔순 이야기였다. 윤서는 탈의실에 선 채로,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이 화면을 적시는 것도 그대로 두고 읽어 내려갔다. 미숙 고모는 강변에 있는 한정식집이 좋겠다고 했다. 사촌 동생 준호는 할머니 댁에서 깜짝 파티를 하자고 했다. 날짜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맨 위로 올라가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계약서를 볼 때처럼 천천히. 스무 번째 메시지쯤에서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바로 윗사람 말에만 답을 달고 있으니 대화가 세 가지 질문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할 건지, 언제 할 건지, 밥값은 누가 낼 건지. 엄마는 “다들 편한 대로 해”를 네 번이나 올렸다. 윤서는 입력창을 열었다. “이틀째 얘기 중인데 정해진 게 하나도 없네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이걸 보내면 미숙 고모가 일주일은 입을 닫을 것이다. 윤서는 그 문장을 지우고 메모장을 열었다.
이십 분 뒤, 지하철 안에서 메시지 하나를 올렸다. “제안드려요. 14일 토요일 오후 1시 점심으로 해요. 할머니는 저녁이면 피곤해하시고, 준호 기차가 11시 40분에 도착해요. 강변 한정식집에 스물두 명 들어가는 안쪽 방이 있어요. 전화해 보니 그날 비어 있고 목요일까지 잡아 두겠대요. 깜짝 파티는 빼요. 할머니가 그런 거 싫다고 작년에 직접 말씀하셨어요. 식당이 틀어지면 고모 댁에서 하는 걸로 하고요. 수요일 저녁까지 된다 안 된다만 알려 주세요.”
그러고는 휴대폰을 무릎 위에 엎어 놓았다. 메시지에 적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겨울만 되면 할머니가 이야기를 꺼내는 감나무골 옛집, 그 집 사진을 넣은 액자였다. 주문은 벌써 해 두었다. 10일에 도착할 테니 나흘은 여유가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준호였다. “넵, 대장님.” 이어서 미숙 고모. “그래. 대신 케이크는 내가 사 간다.” 윤서는 메모장에 한 줄을 보탰다. 케이크, 고모, 크기 확인. 그리고 “다 같이 할머니 챙겨 드리니까 좋네요”라고 쓰기 시작했다가, 엄지를 화면 위에 띄운 채 잠깐 망설인 끝에 엄지척 하나만 눌러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