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서
토요일 투표
“토요일: 국숫집 아니면 고깃집? 투표해.” 하은이 투표를 올린 것은 9시 2분이었다. 도현이 그것을 본 것은 11시 40분, 지하철 도착 알림음이 왜 하필 그 음높이로 맞춰져 있는지를 다룬 글을 다 읽고, 원래 오늘 오전에 하기로 했던 무언가로 넘어가기 전의 틈이었다. 도현은 투표하지 않았다. 투표를 들여다보았다.
선택지는 두 개였다. 그런데 그 위로 쌓인 메시지 마흔 개에서 친구 다섯은 식당 이름을 네 군데나 댔고, 그중 적어도 둘은 분명히 만둣집에 가고 싶어 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투표로는 그게 드러날 수 없다. 고깃집이 이기고도 누구에게도 첫 번째 선택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고 도현은 생각했다.
도현은 쓰기 시작했다. “별건 아닌데, 선택지가 두 개인 투표로는 우리가 실제로 뭘 제일 원하는지 알 수가 없어. 세 번째 후보가 둘 다를 일대일로 이길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거기서 손이 멈췄다. 이걸 읽는 하은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도현은 통째로 지웠다.
그런데 더 위쪽에 준영이 화요일에 던져 놓고 아무도 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었다. 녹차를 팔팔 끓는 물에 우리면 정말 써지는 건지, 아니면 다들 그냥 그렇다고 따라 말하는 건지. 도현은 물 온도에 따라 무엇이 언제 우러나는지를 여섯 줄에 걸쳐 꼼꼼히 쓰고, 뒷부분은 확실하지 않다는 말을 덧붙여 보냈다. 준영의 답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얼굴 하나였다. “오늘 금요일이야, 도현아.” 이어서 하은. “도현. 국수야 고기야.” “둘 다 좋아. 몇 시야?” “7시 반이라고 한 시간 전에 말했거든.”
위로 올려 보았다. 정말 말했다. 도현은 국숫집에 투표하고, 혹시 몰라 휴대폰에 알림을 맞췄다. 맞추고 보니 일요일로 되어 있어서 하루 앞으로 당겼다. 가고 싶은 마음은 진짜였다. 도현은 이 친구들을 자기가 표현할 줄 아는 것보다 훨씬 좋아했고, 그 마음이 실제로 가닿는 길은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밤 11시 15분에 도현은 준영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 “딴 얘긴데. 하은이 투표가 엄밀히 따지면 왜 고장 난 투표였는지 듣고 싶어? 꽤 괜찮은 문제야.” “저녁 먹으면서 말해.” 준영이 답했다. “7시 반. 토요일. 국숫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