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대화방에서
전기포트 논쟁
발단은 동혁의 한마디였다. 전기포트 하나뿐인 방에서는 제대로 된 저녁을 해 먹을 수 없다는 것. “누룽지.” 태윤은 몇 초 만에 쳤다. “계란, 참을성만 있으면. 나물, 데치면 되고. 면은 말할 것도 없지. 벌써 네 가지 코스인데 나 아직 진지하게 생각도 안 했어.”
태윤은 빨래방 앞 벤치에 앉아 있었고, 이어진 삼십 분이 그날 하루 중 제일 좋은 시간이었다. 동혁은 우리는 건 요리가 아니라고 했다. 태윤은 요리의 정의를 내려 보라고 했다. 동혁이 일정 시간 동안 열을 가하는 것이라고 하자 태윤은 그게 바로 전기포트라고, 고맙다고 했다. 마침내 동혁이 지친 듯 “그래, 엄밀히 따지면”이라며 물러서자 태윤은 그 문제에서 재미가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그 자리에서 편을 바꿨다. “근데 그게 저녁은 아니라는 네 말도 맞아. 저녁이라면 프라이팬이 있어야 하고, 뭔가 살짝 망해야 하거든.”
메시지 열네 개, 전부 태윤의 것이었다. 그 한복판 어디쯤에 수아가 써 놓은 말이 있었다. “그 집 계약 안 됐어. 이번이 세 번째야.” 태윤은 속도도 늦추지 않고 받아쳤었다. “운명이 너더러 전기포트 하나뿐인 방에 살라는 게 분명해.” 그러고는 넘어갔다. 뭔가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건조기가 삑 하고 울린 뒤였다. 수아는 무슨 말에든 답을 다는 사람이었다. 날씨 이야기만 올려도 조그만 해 이모티콘을 달아 주는 사람이었다. 태윤의 농담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위로 올라가 수아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수아는 봄부터 사촌 언니네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태윤은 개인 대화창을 열었다. “미안, 재미없는 농담이었어.” 그렇게 쓰고 들여다보았다. 이러면 수아가 태윤을 달래 줘야 한다. 지웠다. “세 번 연속이면 진짜 너무하다. 그걸 내가 그냥 밟고 지나갔네. 이번엔 뭐가 문제였어? 다음에 집 보러 가는 건 언제야? 내가 가서 중개사랑 싸워 줄게.”
답이 오는 데 몇 분 걸렸다. “목요일 여섯 시. 응, 진짜로. 와 줘.” “접수.” 태윤은 그 자리에서 달력에 넣었다. 자기가 어떤 인간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톡방으로 돌아가, 지난겨울에 찍어서 딱 이런 날을 위해 아껴 둔 사진을 올렸다. 전기포트 속에 계란 한 알이 미심쩍은 얼굴로 들어앉아 있는 사진이었다.